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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스탠리 큐브릭] 영화리뷰

by jundoll 2021. 8. 21. 23:27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연출하고

피터 셀러스, 조지 C. 스콧, 스털링 헤이든 등이 연기한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에 대한 조소를 전면에 내세운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1964년에 개봉했으니 이는 냉전이 가장 활발할 때 제작한 것인데,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는 국가 간의 세태를 자조적으로 비판하는 감독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흑백으로 제작되었고 당시는 컴퓨터 그래픽이 없을 때여서 핵폭탄을 실은 비행기가 날아가는 장면이나 핵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은 살짝 어색한 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미국 내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는 작품이다. 국가 간의 이념 대립을 블랙코미디로 잘 변주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어서 여러 잡지사, 신문사에서 발표하는 이름 있는 컬렉션에 항상 높은 순위로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게다가 감독은 누구인가. 스탠리 큐브릭이지 않은가. 사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부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까지 이어지는 미래 3부작을 제작할 당시는 큐브릭 감독의 전성기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큐브릭 감독을 정말 좋아하고 그의 영화를 예찬하는 정도이지만, 이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이상하게 와닿지 않는다. 냉전 시기에 대해 아예 무지한 것도 아니고 미국에 대해 관심도 많아서 그들의 어떤 사상이나 관념도 잘 이해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로 무장한 이 영화에게 그리 많은 메시지를 받지는 못했다. 물론 90년대 후반에 태어난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이니 100% 이해할 수 없는 영화이긴 하다. 냉전 시대가 종결될 때 응애 하고 태어났으니 뭘 알겠는가. 심지어 그 시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비꼬면서 없었던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더 몰입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는 분명 시대의 간극이 만들어낸 당연한 흐름일 것이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도 요즘 애들의 유머를 받아들이지 못하지 않는가. 요즘 애들도 당연히 나이가 지긋한 때에 개봉한 영화의 진면목을 아무런 노력 없이 마주할 순 없다. 내 공부가 부족한 탓이기도 하고 영화가 다분히 매니악한 면이 있는 탓이기도 하다.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있는 배경을 제외하고도 영화 내적인 내러티브도 나와는 그리 맞지 않았다. 영화 중반의 전개는 정말 '드르렁 포인트' -엄청난 영화광인 친구가 제시한 단어, '드르렁 포인트'는 영화 중간중간에 집중을 깨고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을 일컫는다- 가 지배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느슨하며 전투기, 상황실, 집무실로 나누어 진행되는 삼분할 내러티브는 끝내 그들의 접점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허무하게 종료된다. 게다가 영화의 제목,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영화의 중반부에나 되서야 겨우 얼굴을 비추고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영화에 집중할 만한 그런 힘이 없다는 것이다. 감독의 초기작인 [영광의 길]이나 [킬링]을 봐도 군사 재판을 하는 장면이나 경마장을 본격적으로 터는 장면에는 분명히 눈을 크게 뜨게 되는 집중도가 있었다. 그 당시의 장면에 빠져들게 되고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하는 힘. 내가 느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는 그런 힘이 부족했다. 

 

사실 기대를 많이 하고 보기도 했다. 애초에 큐브릭 감독을 좋아하기도 하고 대중의 평이 아주 뛰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작품이 다 재밌을 순 없다. 타란티노만 해도 [킬빌 1]과 [헤이트풀 8]은 살짝 지루했으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큐브릭 감독이 너무도 비인간적으로 완벽한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제 적어도 나에게는 살짝은 인간적인 감독이 됐다.

 

 

 

[Dr. Strangelove]

서사 ★★★
연출 ★★★
대사 ★★★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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